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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오픈마켓 업체 구별하기

9년 전 작성 | 3년 전 수정

요새는 물건을 구입할 때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이 워낙 가격이 저렴하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눈에 들어온 물건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공산품의 경우 대부분은 알고 있는 특정 업체의 물건보다는 오픈마켓에서 그때그때 최저가를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오픈 마켓에서 구입한 물건이 소규모 업체에서 생산한 물건인 경우 사용중 문제가 발생해도 이에 대해 항의나 불만을 표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배송에 문제가 있거나 물건을 받았을 때 바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오픈마켓의 리뷰 기능이 창구 역할을 하겠지만, 시일이 지난 후 사용해야 하거나 한참 사용 중 뒤늦게 문제를 만나면 판매/생산 업체에서 대응해 주지 않는 이상 시일이 지났기 때문에 오픈마켓의 리뷰에도 의견을 달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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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공부 중에 인쇄할 내용이 많다보니 집에 레이저 프린터와는 별도로 잉크젯 프린터와 무한 잉크 같은 제품을 꾸준히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두 군데의 업체를 번갈아가며 4년 넘게 사용해 왔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두 업체의 대응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비슷한 불량을 반복해 경험하면서 한쪽 업체에는 불만이 누적되고 다른 업체에는 (불만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덜 하다보니 추후 다른 상품을 구입할 때 가격을 조금 포기하고라도 어떻게 하면 애초부터 판매 후 대응이 양호한 업체를 구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 오픈마켓의 리뷰 기능이 순기능을 해주면 좋은데 대개 배송이 빠르다는 이야기가 대다수라 그냥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외의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 두 업체의 홈페이지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어 잠깐 공유할까 합니다. 제가 이용했던 업체는 주로 잉크젯 프린터 용 리필잉크나 무한잉크를 판매하는 프*잉크(P 업체)와 잉크*라(I 업체)입니다.

우선 아래 이미지는 P 업체의 A/S 게시판입니다. 이른바 사용자들이 질문을 포함해 불만을 표현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에 해당하는 게시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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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거의 없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제품이 워낙 완벽해서 A/S 관련 요청을 하는 사람이 몇년에 한두명 나올까 말까 하다는 뜻은 절대 아닐겁니다. 이름 있는 대기업도 불량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줄이기 위해 6-시그마(sigma)같은 개념을 도입하는데, 품질 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벅찬 업체에서 A/S 게시판이 이토록 잠잠하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뿐이 없을 겁니다. 물건이 워낙 안 팔려 A/S 할 일이 없거나, A/S 게시판이 아주 잘 관리 되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는 것이죠. 실제로 P 업체의 A/S 게시판은 관리자가 게시물을 리뷰한 후에 공개하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 업체가 생산/판매한 제품에 대해 어떤 종류의 소비자 불만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게 됩니다.

반면 I 업체의 게시판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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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 심지어는 "여기서 물건 사지 말라"는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항의 글까지 그대로 생존해 있습니다. 그에 대해 친절한 대응이 담긴 답변이 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최소한 자신들에게 불리한 글이라고 삭제하여 이미지를 포장하는 마인드는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긴 시간 누적된 게시물을 살펴보다보면 사용자들이 어떤 문제를 겪는지 또 업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인상으로는 I 업체가 불만글도 많고 또 댓글도 일부만 달려있어 (실제 게시판에 글을 써보면 메일이나 유선으로 답변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애초에 그런 불만이 노출되지 않고 차단되는 P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관리되는 셈이죠.

애초 불량이나 문제가 없다면 최고겠지만 사실 사람이 만든 물건이라는 것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초대형 기업의 물건도 이른바 "뽑기"를 잘못했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초기 불량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이 소비자에게 발생했을 때 업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가격이나 품질과 함께 물건을 구입할 때 중요한 구매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때 구입하는 물건을 생산/판매하는 업체의 홈페이지를 비교할 수 있다면 A/S 게시판 혹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문의 게시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새 늘 느끼고 사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시끄러울 수 있는 곳이 건강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