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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글 사용기

4년 전 작성

이제 입양한지 시간이 많이 흘러 주방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지만, 사실 자이글은 저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입양된 녀석입니다. 잘 지키며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생활 원칙 중 하나가 "같은 기능/역할을 하는 물건을 2개 이상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보니, 집에 안방 그릴이 있는 상황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목적으로 자이글을 또 하나 장만하는 것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홈쇼핑 앱까지 받아서 설치하고는 매일 같이 방송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내의 정성에 감동하여 결국은 하나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자이글이 오자마자 말로만 듣던 그 위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한번 먹고 나면 청소하느라 먹은 열량을 다 소비한다는 삼겹살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고기를 굽기 전에 기름이 빠질 공간에 물에 적신 티슈를 넣어주면 좋다고 하여 이렇게 준비해줬습니다. 허나 삼겹살의 경우 기름이 워낙 많이 나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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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켜게 되면 이렇게 따듯한(사실상 뜨거운) 불빛이 불판을 쬐게 됩니다. 마치 할로겐 난로를 최대로 틀어서 불판에 쬐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불빛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 강약 조절이 아니라 켜지고 꺼지는 시간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조리 시간을 조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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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조금 아래쪽에서 본 모습입니다. 사진은 노출 조정이 되어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직접 보기 어려울 정도의 밝은 빛이 납니다. 오랫동안 고기를 구으면 눈이 피로할 정도라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고기를 구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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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각종 야채를 올려놓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구워보았습니다. 내리쬐는 빛이 워낙 밝고 붉은 빛이다보니 고기를 굽다보면 얼마나 익었는지 분간이 좀 어렵습니다. 또 긴 집게 같은 것을 사용하거나 목장갑을 사용하지 않으면 고기를 뒤집거나 할 때 손등이 너무 뜨거워서 익은 상태를 확인하거나 고기를 뒤집을 때는 잠시 자이글을 꺼두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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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에 하면 기름이 여기저리고 튀고 집 안에 연기가 차거나 혹은 고기 냄새가 진동을 할텐데 자이글 녀석은 신기하게도 기름 튀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연기도 없어 고기가 익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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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고기도 야채도 잘 익더군요.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은 가운데 구멍을 통해 물티슈를 깔아둔 플라스틱 통으로 빠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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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한근 정도를 모두 굽고 나서 기름이 얼마나 튀었는지 확인해보고자 기름 종이를 가져와 자이글 주변을 닦아 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기름이 튀지 않았습니다. 청소라고 해봤자 기름받이 그릇과 불판을 닦아주는 것 밖에 없어 정말 간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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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가 고기 먹는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가 자이글의 모토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방문 닫고 방 안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다른 방에 있는 사람은 고기 먹는다는 사실 조차 모를 정도로 기름도 안 튀고 냄새도 없습니다.

다만, 달궈진 불판에 굽는 방식이 아니라 주로 복사열로 굽는 방식이다보니 삼겹살이 약간 베이컨처럼 익는 느낌이라 삼겹살 특유의 육즙과 육질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정말 삼겹살 다운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에는 힘든 청소를 감수하고라도 안방 그릴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습니다 - 이렇게 안방 그릴과 자이글이 존재 이유가 다르다고 스스로를 설득해 2개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

이후 자이글을 여러가지 목적으로 이용해 보았는데,

  • 차돌박이처럼 기름이 많이 나오는 부위를 구울 떄
  • 얼려있는 고기를 바로 꺼내 굽고자 할 때
  • 냉동 시켜둔 배달 피자를 덥혀 먹을 때
  • 냉동 시켜둔 식빵을 구울 때
  • 김 구울 때

에는 결과도 만족스럽고 정말 편리했습니다. 특히 냉동실에 보관해 둔 음식을 덥힐 때에는 전자렌지에 가열하면 음식 고유의 맛과 식감이 사라지는 반면, 자이글은 마치 오븐에서 가열한 느낌이라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김 같은 경우에도 가스렌지에서 구우려면 태우지 않기 위해 신경도 많이 쓰고 연기도 많이 나는데 자이글에서는 빠르고 간편하게 구울 수 있어 언젠가부터는 구워서 파는 김을 거의 사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 아래 동영상 보시면 얼마나 간편히 김을 구울 수 있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어 그런지 요새는 세일도 많이 하고 있어서 보통 1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를 주고 구입했던 안방 그릴보다는 확실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