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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식량 취식기

10년 전 작성

회사에서 예비군 훈련(향방작계)을 하면 퇴근 무렵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훈련을 하기 때문에 훈련 마치고 귀가할 때 간식으로 보통 김밥이나 빵 같은 것을 주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김밥을 받으면 그대로 들고 와서 집사람에게 주곤 하는데, 김밥을 회사 식당(아워홈)에서 준비해서 그런지 제법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올해 첫 예비군 훈련에서는 야식으로 전투식량이라는 것을 1개씩 나눠주었습니다. 찬물만 붓고 별도의 조리기구 없이도 물을 가열해 따듯한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훈련 중에 시범도 보았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다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같이 훈련하러 간 동료가 하나를 양보해주어 무려 김치비빔밥과 불고기비빔밥 2개를 받아 집에 두었다가 딱히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날 불고기비빔밥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퍼 부분을 뜯어보니 이렇게 잘 말린 밥알과 각종 야채 모양과 고기 모양의 후레이크가 보이네요. 안에 어설픈 봉투에 포장된 일회용 숟가락과 탈산소제가 있어 반드시 꺼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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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곳에 물을 부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물 붓는 경계선이 보이지 않아 고민을 했습니다. 봉지를 뜯은 선 가까이 무슨 선이 보이기는 하는데 거기까지 물을 붓기에는 물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어 이리저리 뒤적이니 내용물과 거의 비슷한 높이로 검은색의 물 붓는 선이 보였습니다 - 이거 못 찾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아래 사진에 검은색 선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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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붓기 전에 옆면 주머니(?)에 들어있는 발열 용액을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밑면을 최대한 넓혀서 정확한 양의 물이 들어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대로!! 이 발열 용액을 음식물 있는 곳에 붓는 것이 아닙니다! 발열 용액 봉지에도 써 있지만 먹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랍니다 (그냥 못 먹는 물질이면 못 먹는 물질이지 "인체에 무해하나"는 대체 왜 적어두는 걸까요? 자신 있으면 한번 시도해보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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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밑면을 잘 편 후 생수를 가져와 검은색 선 있는 곳까지 물을 부었습니다. 원래는 찬물이어도 무관하다고 하는데 실제 찬물로 해보니 다소 덜 익은 부분이 있더군요. 가급적 뜨거운 물 혹은 미지근한 물로 하기를 추천합니다. 물을 부어 준 후에 내용물이 물에 모두 잠기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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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열 용액을 사용할 차례입니다. 그 전에 꼭 음식물이 있던 곳을 지퍼를 사용해 다시 닫아줍니다. 일단 발열 용액을 부으면 상당히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용기를 만지기가 어렵습니다. 발열 용액을 뜯어 무슨 핫팩 같은 것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잘 부어줍니다. 발열 용액을 넣으면 바로 발열 반응이 시작되어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화상을 피하기 위해서 주머니 부분을 잡고 도와주는 것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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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반응이 시작되면 발열 용액을 부어준 주머니 부분의 용기가 변형될 정도로 뜨거운 김이 올라옵니다. 화학 반응인지라 올라오는 증기의 냄새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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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가 지나 발열 반응이 끝나면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아직 발열 용액을 넣은 주머니 쪽에 액체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뒤집어 음식물을 꺼내는 것보다는 숟가락 등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사진이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너무 찬물을 사용해 조금 덜 익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양도 제법 많고 맛도 먹을만 하네요. 불고기 비빔밥인데 불고기의 형체를 가진 재료는 보이지는 않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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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격렬한 발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으로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나중에 시간될 때 김치비빔밥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끓는 소리가 제법 그럴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