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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프레스티지 롱레인지 2WD

10달 전 작성 | 9달 전 수정

블로그 내 다른 글에서 티 나지만 저는 시승 차종이 수천에 달하는 자동차 전문 기자도 아니고, 후드 열고 이러쿵 저러쿵 썰 풀 수 있는 자동차 엔지니어도 아닙니다. 일반인 관점에서 작성한 글인 만큼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속으로 욕해도 좋고, 댓글을 통한 오류 정정은 늘 환영입니다. 아! 그리고 시승기는 공장 얘기와는 달리 조금은 가벼운 문체를 써보려 합니다.

서론

자동차 시승은 보통 길어야 30분 정도 주어지죠. 길도 태어나 처음 가보는 길이고 옆에 부담스럽게 직원까지 동승하니 어색하지 않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차와 길 모두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차가 갖는 고유의 장단을 파악하기에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껏해야 "이건 정말 못 타겠다" 싶은 차만 걸러낼 수 있을 정도죠. 그렇기에 제조사나 딜러사에서 제공하는 장기 시승 이벤트는 차량 구입을 고민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시승기는 H-ear시승은 낭만을 싣고 라는 장기 시승 이벤트를 통해 차량을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 네, 이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장기 시승 이벤트인 만큼 유치원 빠지길 좋아하는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고, 실제 여행 전에 차와 충전 방법을 익히기 위해 집 근처 단거리 운행을 해봤습니다. 시승 기간 내내 차에 적응하느라 헤매면 제대로 된 시승이 아닐 테니... 그리고, 실제 여행 중에는 "이 차는 전기차니까 이렇게 해야 해" 라는 의식보다는 평소 내연기관을 운전하는 스타일 그대로 운전하며 느껴지는 특징을 기록했습니다 - 차에서 제공하는 음성 메모 기능을 써서요!

사람은 편안할 땐 이유를 모르죠. 편안한데도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은 삶이 심히 피곤한 사람일 겁니다. 대신 불편함을 느낄 땐 이유를 고민하고 불만을 표출하기 마련입니다. 전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들은 평소 생각하지 않을 여러 사실들을 깨닫게 되거든요. 자판기 동전구 위치, 지하철 교통카드 찍는 곳 방향, 냉장고 손잡이 위치 등등... 그러니 이 시승기에서 좋은 점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해서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따로 언급하지 않은 부분은 딱히 불편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만남

이번에 여행을 함께 한 친구는 이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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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모습입니다. 주거지 주차장에 고속 충전기가 있지만 주민 차량으로 등록된 전기차만 충전이 가능하다하여 차에도 익숙해지고 충전 방법도 익힐 겸 집 근처 공용 충전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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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오너가 아니다보니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충전기만 써야 한다는 불편은 있었지만 그 외 충전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네요. 다만, 왜 금액을 충분히 결제했는데도 완충이 되지 않는지, 미사용 금액은 어떻게 환불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습니다. 한동안 함께 할 친구이니 간단히 목욕도 시켜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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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번호로 조회해보니 이 차량은 할인된 개별소비세 기준으로 57,032,025원에서 시작하는 프레스티지 롱레인지 2WD 모델이며, 아래와 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네요.

옵션 이름 옵션 가격
빌트인캠 60만원
컴포트플러스 50만원
디지털사이드미러 130만원
파킹어시스트 135만원
실내V2L(파츠) 25만원
비전루프 65만원

사륜을 제외하고는 풀옵이라도 봐도 무방하고, 총액은 6,100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대략 5천 초반에 구입할 수 있겠네요.

우울하게도 2022년 부터는 보조금 기준이 변경된다고 하니 5~600만원 정도 가격이 상승되는 효과가...

첫인상

시승차 받고 자랑 삼아 사진을 찍어 주변에 보내면 차 이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외관이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분명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그 독특함이 제겐 좀 과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테슬라를 비롯해 공기 저항을 핑계로 이유로 둥글려 놓은 디자인을 극혐하는 탓에 EQS 를 비롯해 요새 등장하는 전기차 들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전기차 중에는 제 취향에 가깝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특유의 독특함으로 공도에서 눈길을 끄는 디자인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이미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세워두니 마치 과거를 바꾸러 미래에서 온 기계 같은 느낌도 드네요.)

이 차가 속한 급이 있기에 내부 소재가 엄청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아니네요 (그런데 가격을 생각하면... 배터리 때문인지 전기차가 비싸긴 하네요). 손으로 이곳저곳 소재를 느껴보면 동급의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내부를 밝은 색으로 해서 그런지 손으로 느껴지는 만족도보다 눈으로 보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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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어 손잡이와 스피커 테두리에 적용된 실내 엠비언트가 정말 이쁘네요. 전면에도 길게 엠비언트를 하나 넣어주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타고 있는 차가 이동 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냥 실내가 좁다는...), 아이오닉5 는 마치 주거 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까요? 모든 면에서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지금 차가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에게 아늑함을 주는 것이 장점이지만 주행을 마치고 답답함에 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면, 아이오닉은 차에서 머무는 시간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자꾸 머물고 싶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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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이나 뒷좌석 공간이 여유로운 것은 말하면 잔소리고, 후열 폴딩까지 하고 나면 높은 전고와 비전 루프의 개방감 덕에 작은 방이 하나 생기는 기분입니다. 후열 의자를 가장 뒤로 밀어도 키 175cm 정도 성인이 다리 뻗고 누울 수 있습니다. 의자를 앞으로 당기고 트렁크와 의자 사이 틈을 메워 준다면 장신도 무리 없이 누울 수 있겠네요. 어른 둘이라면 약간의 민망함 때문에 좁다 느낄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둘이서 누워 있기에는 넘치는 공간입니다.

이미지 (차에서 누워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한지 차박 준비하는 와중에도 아이가 수시로 누워 있네요. ㅎㅎ)

편의 기능

이제 편의 기능 중에 좋은 쪽으로든 아쉬운 쪽으로든 기억에 남는 것들을 훑어보려고 합니다.

워크인 스위치

흔히 워크인 스위치 라고 부르는 조수석 의자 옆면에 붙어있는 조절 스위치는 운전석이나 후열에서 조수석 시트를 조절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제네시스에서도 그랬구요. 반면에 아이오닉5 에서는 이 버튼으로 후열 좌석이 움직입니다! 어지간한 수입 세단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후열 좌석 전동 조절도 신기했지만, 이 기능이 조수석 워크인 스위치로 동작한다는 사실은 조금 혼란스럽네요. 후열 좌석을 운전석에서 조절해야 할 경우가 필요한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조수석에 달린 워크인 스위치가 알맞은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브 박스

글로브 박스를 잡다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특유의 열고 닫히는 모양 때문에 실제 보이는 것보다 수납 공간이 좁습니다. 물건을 잔뜩 넣은 후에는 정작 안 닫히는 경우가 허다하죠. 하지만, 아이오닉5 의 글로브 박스는 무려 서랍형입니다.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기도 직관적이고 열고 닫으면서 물건 위치가 흐트러질 걱정도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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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내부 마감에 그냥 플라스틱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고속도로 주행 중 응급 상황을 대비해 손전등을 넣어뒀는데 주행 중에 손전등이 굴러다니면서 플라스틱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공간이 넓은 만큼 물건이 부딪힐 수 있는 내부를 천 재질로 마감 처리해줬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디지털 사이드미러

차량 리뷰에서는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전면 유리와 앞열 측면 유리는 틴팅을 하지 않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비록 규제가 있지만) 보통 틴팅을 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이나 궂은 날씨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죠. 그럼에도 운전자가 시선을 움직였을 때 거울에서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고정된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기에 불편하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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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운행을 해보니 리뷰에서 소개하는 장단점 모두에서 이견이 생기기는 합니다. 우선, 지하 주차장이나 흐린 날 어느 정도 광량이 있는 곳에서는 분명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시야 확보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어두워지면 카메라 영상이 갖는 장점이 딱히 크지는 않습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거리감도 사실 적응의 문제라고 보이네요. 처음에는 차선 변경할 때 시선이 가는 위치도 달라지고 이질감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하루 정도 주행하고 나니 거울과 차이를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네요. 특히, 깜빡이를 켜면 카메라 영상에 노란선, 빨간선으로 거리를 표시해주기 때문에 나중에는 칼치기가 빠른 차선 변경이 가능할 정도가 됩니다. 주차도 디지털 사이드미러만 보고 한다면 모를까 서라운드 뷰나 후방 카메라 등이 보조해 주기 때문에 딱히 어려움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어차피 요즘 차들은 뒤쪽 휀다를 부풀리는 추세라 사이드 미러만으로 주차할 때도 주의가 필요한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보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 선택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큰 불편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거울 대비 어느 정도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을 130만원이라는 비용과 함께 저울 위에 올린다면? 야간 주행 중에 스텔스 차량 등을 볼 수 있게 해준다거나 하는 식의 추가적인 기능이 있다면 모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장에 대한 걱정도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깜빡이를 켜면 클러스터에 후측방 영상을 띄워주기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에서 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장났을 때 수리받기까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겠네요.

주행 후 차를 정차하고 긴 시간 실내에 있으면 절전을 위해 화면을 끄고 사이드미러를 자동으로 접어주네요. 이런 세심한 배려는 기억에 남네요.

안전벨트

아주 아주 사소한 문제지만 후열 안전벨트를 카시트와 함께 사용할 때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카시트 한쪽에 걸려있는 안전벨트를 당기면 안전벨트가 한 바퀴 꼬이거나 하는 일 없이 쉽게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승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안전벨트가 꼬인 것 같아서 위나 아래부터 훑어가면서 확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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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전벨트가 차체와 연결된 방향이 안전벨트를 자연스럽게 당겼을 때의 방향과는 조금 어긋나 보입니다. 그냥 자리에 착석해서 벨트를 맬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카시트를 한 번 거쳐서 채울 때는 사소한 불편함이 있었네요.

스마트 도어?

이걸 스마트 도어 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도어 핸들이 매립되어 있는 형태라서 차에 다가갔을 때 잠겼던 문이 열리면서 손잡이가 나오는 기능은 멋있고 편리합니다. 현대나 제네시스 차량에서 불편했던 경험 중 하나가 스마트 키로 문을 열 때 후열 도어 손잡이로는 열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 아이를 먼저 태우거나 짐을 넣고 꺼내는 경우가 많아 후열 도어를 먼저 열 필요가 잦아 이 불편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스마트 도어의 경우 차 근처에서 일단 자동으로 문이 열리기에 이런 불편이 사라졌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의도된 것인지 몰라도 차의 후방쪽에서 후열 도어로 접근하면 스마트 도어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정확힌 빈도는 모르겠네요.) 결국, 스마트 도어 기능 이전의 차량처럼 다시 차 앞쪽으로 접근해 잠금을 풀고 후열 도어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네요. 센서가 커버하는 범위 때문인지 몰라도 개선되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엠비언트 라이트 경고

야간 주행 중 이쁘장하게 설정해놓은 엠비언트 라이트가 갑자기 빨간색으로 번쩍입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차 외부 어디에서 경광등이 반짝인다고 오해했었고, 다시 한번 더 반짝이고 나서야 엠비언트 라이트가 변하는 것임을 깨달았죠. 규정 속도를 넘기면 엠비언트 라이트를 사용해 경고를 해주는 기능인데요, 주간에도 그렇고 특히 야간에는 기대보다 강하게 주목을 끕니다.

설정에서 끌 수 있는 기능이긴 한데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냥 끄자니 아까운 기능이고 켜두자니 설정 속도를 잠시만 넘어도 번쩍거리니 거슬리네요. 안정 규정상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전방 단속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규정 속도를 초과했을 때 깜빡거려주면 금상첨화일 것 같긴 합니다.

그 외 사소한...

사소한 몇 가지를 떠올려 보자면, 무선 충전기에 휴대폰을 올리면 이렇게 충전중을 표시해주는 별도의 LED 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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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위 디자인이 조금 아쉽지만 LED 덕에 무선 충전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네요. 보통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충전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식이라 주행 중에 충전이 제대로 되고 있나 궁금할 때도 있는데 그런 불편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순정 네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차에서 가장 긴 시간 보게 되는 화면인 카플레이 화면도 시원시원하게 잘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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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반응도 자연스럽고 빠릿빠릿하네요. 정체로 정차 중에 네비 지도를 옮겨가며 전방 경로나 정체 상황을 살피는 습관이 있는데 이때 터치 반응이 느리거나 하면 심히 답답하거든요. 터치 스크린이랑 씨름하다가 앞차가 이동해서 포기하고를 반복하는...

단, 카링킷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무선 카플레이를 시도했는데 실제 주행 상황과 카플레이 화면 사이에 제법 긴 시차가 발생했습니다. 제네시스 차량에서도 써봤을 때 잘 동작하던 장치였는데 이유는 모르겠네요.

주행감

실제 주행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소리들

우선 처음 차를 받고 시동을 걸면 켜면 후방에서 딱!딱! 거리는 소리가 한번 납니다. 무엇인가 풀리면서 나는 소리인 것 같고 타다 보면 적응되긴 하는데 처음에는 차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인 줄 알고 놀랐네요. 그리고 시동을 끄고 앉아 있으면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 같은 것이 들립니다. 역시나 사소하지만 적응되기 전까진 아무래도 차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요새는 차량에 전자 장비가 많이 탑재되나보니 시동이 꺼진 상황에서도 차에서 다양한 소리가 나긴 하기에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칼럼식 기어 변속

칼럼식 기어 변속이 처음에는 헷갈립니다. 칼럼식 기어 변속으로 유명한 타 브랜드는 와이퍼 조작 레버가 좌측으로 가있습니다. 아이오닉5 에서는 우측에 와이퍼 레버와 기어 변속 레버가 함께 있다 보니 좁은 길에서 차를 돌리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는 기어 변속 대신 와이퍼를 켜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적응의 문제이기에 시간이 해결해주긴 합니다. 그리고 일단 칼럼식 변속 레버에 적응하고 나면 기어 변속 과정에서 손 움직임이 줄어드니 편하긴 하네요.

고속 주행 안정성

주행을 시작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며 가속을 해보면 정말 놀라운 느낌이 듭니다. 고속 안정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속도를 한계까지 올려봐도 불안감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가 타고 있고 시승차이다보니 조심스러워서 평소처럼 과감한 코너링을 해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 고속 안정감이면 높은 전고를 갖는 SUV 특유의 롤은 있겠지만 낮은 무게 중심이 보여줄 코너링 성능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네요.

아쉬운 브레이크

내연기관 차들과 함께 출발할 때 혼자 튀어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경쾌한 가속감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성능은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차가 잘 서줘야 믿고 밟을 수 있기 마련인데 브레이크를 밟으면 기대보다 좀 더 밀리는 느낌이 꾸준히 있어서 생각보다 여유를 두고 정차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네요. 자체 무게나 가속 성능을 생각하면 연식 변경이나 페리를 거치면서 브레이크 성능이 조금 더 개선되길 기대해 봅니다.

HUD 와 증강 현실 네비

시트 포지션의 문제인지 HUD 가 다른 차종보다는 조금 위에 위치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운전한는 시야를 크게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약간 흐릿한? 아니면 겹쳐 보이는? 느낌이 있어 낮에는 선명함이 덜합니다. 시승차이다보니 전면 유리에 틴팅이 안 되어 있는데 틴팅을 하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리고 HUD 에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서인지 글씨가 위아래로 찌그러진 느낌이 듭니다. 가독성에 큰 문제는 없지만 설정 문제인가 생각해서 초반에 HUD 를 한참 조작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수입차에서는 거의 쓸모 없는 HUD 와 달리 속도 이외에 과속 카메라 정보와 단속 지점까지의 거리까지 표시되어 네비 화면으로 시선을 덜 빼앗기는 점은 정말 편하네요. 카플레이 네비와도 연동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HUD 를 사용한 증강 현실 네비 기능이 있어 큰 기대를 안고 사용해 봤는데, 제가 기대한 방향 안내가 실제 차선 위에 경로가 반영된 이런 형태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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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제약으로 인한 탓인지 실제로는 이런 모습입니다. 실제 분기점에 다가갈수록 방향을 나타내는 표시가 커지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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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분기점 여럿이 짧은 거리에 연달아 있으면 거리감을 느끼기 어려워 사용성이 크게 좋지는 않네요. 물론, 이 역시 적응의 문제일 수 있지만 초행길에 증강 현실 네비만 보고 주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적응을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습니다.

대신 정말 정말 유용한 기능도 있습니다. ACC 혹은 SCC 라고 부르는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때 가장 거슬리는 순간은 바로 지근거리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입니다. 차량의 센서가 끼어드는 차를 인식했는지 못했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안전빵으로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그러면 자율주행이 꺼지기 때문에 끼어든 차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켜주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오닉5 에서는 옆 차선에서 들어오는 차가 인식되면 아래 사진처럼 그 차량 아래에 밑줄을 쭉 그어줍니다.

이미지 (사진 촬영하는 순간 앞차 아래 밑줄이 지워져서 제가 임의로 그려 넣었습니다. 대충 느낌만 보면 이런 식으로...)

밑줄이 이동하는 차를 따라 같이 이동하기 때문에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센서가 차를 인식했을까 고민할 필요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끼어드는 차량 대부분을 자율주행 시스템이 놓치지 않아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 외에는 운전자가 개입할 일이 거의 없네요.

전기차 사용 소감

아이오닉5 는 제가 처음 운행해 본 전기차입니다. 내연기관에 익숙한 운전자로서 전기차를 몰면서 전기차이기에 다르게 다가오는 특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회생제동

일단, 회생제동은 내연기관을 운전하던 습관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합니다. 처음 차를 받고 회생제동이 2단계인가로 걸려있었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나가지 않아 당황했네요. 또, 가속을 했다가 엔진 브레이크를 거는 내연기관 느낌으로 발을 떼면 차가 바로 감속해버리는 느낌도 많이 어색하구요. 0단계로 하면 내연기관에서 중립에 놓은 것처럼 차가 미끄러져 가기 때문에 (이 느낌이 상당히 무섭습니다 ㅎㅎ) 1단계가 그나마 내연기관과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 보입니다.

우선, 차를 받아서 적응할 때까지 1단계로 유지하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면 2단계부터 아이패달까지 늘려가면서 적응했습니다. 대략 하루 이틀 사이면 충분히 적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패달 드라이빙을 하면 동승자가 멀미를 느낀다고는 하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곳이나 방지턱이 많은 골목길을 주행할 때는 브레이트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리도 편했나 싶습니다. 일단 적응하면 시내 길은 거의 원패달로, 고속도로를 탈 때는 상황에 따라 1단계나 2단계로 놓고 주행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이슬

겨울철 눈 오는 날 주차장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들은 엔진열로 후드 위에 눈이 다 녹아서 주차되어 있는데, 전기차들은 쌓인 눈을 그대로 간직하고 주차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슬이 내리는 계절이 되니 또 생각지 못했던 풍경이 하나 펼쳐집니다. 외부 주차장에 주차했던 차에 이슬이 내리고 주행을 하면 후드가 뜨거워지지 않기 때문에 후드 위의 이슬이 비처럼 차 뒤로 날리기 시작합니다. 주행 직후에도 차체에서 열기가 나오지 않다보니 시골 경치를 감상하느라 잠시 세워둔 차가 만들어준 그늘에 지나가던 동네 멍멍이가 드러누워 쉬는 풍경도 만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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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방전 걱정

오래전 눈 내리는 겨울날 부부싸움에서 승리하고 집에서 쫓겨나 차에서 잔 적이 있습니다. 추위를 이겨내려고 열선 시트를 켜고 잤다가 다음날 배터리가 방전되어 보험사 긴급 출동을 불렀던...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큰 배터리 용량 덕에 차 안에서 전기 장치를 맘놓고 쓸 수 있다는 점이네요. 차를 받아 실내등을 켜놓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둘러볼 때도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고, 여유있게 열선에 음악까지 틀어놓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실내 V2L 옵션까지 있으니 차박에는 전기차가 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내연기관 차량 카페에서는 차박할 때 시동 걸어놓고 히터 틀고 자도 되냐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전기차에서는 이런 걱정이 사라지죠.

전기차 진짜 문제는...

사실, 전기차로 고속도로 위주의 장거리 주행을 할 때 흔히 전기차의 단점으로 언급되는 주행거리나 충전 시간이 크게 문제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2시간 정도 주행하면 운전자를 위해서라도 쉬어주는 것이 좋고, 특히 아이와 이동할 때는 화장실이며 간식이며 챙길 것이 많아 휴게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법 길죠. 그러니 충전기만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40분 정도 할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휴게소에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미지 (이 사진에서 보이는 충전기 하나도 고장나 있었습니다)

물론, 완충 후 주행 거리가 늘어나거나 충전 시간이 단축되면 충전 빈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장거리 여행을 하면 최소한 한 두번은 주유소에 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실제 고속도로 운행 중 충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어가면 서로 다르게 설치된 충전기 안내판을 찾는 것도 일이고, 2대 혹은 그 이상의 충전기 중 한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고장나 있는 경우가 많았네요. 충전 인프라 부족 이라는 말 안에 단순히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것 보다는 있는 충전기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행 스타일별 전비

그러고보니 전비 이야기를 깜빡했네요. 내연기관 연비는 워낙 익숙해서 금방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전비는 아직도 어색합니다. 아이오닉5 의 공식 전비는 5.1km/kWh 이며, 제가 주행 스타일별로 측정해보니

  • 고속도로를 평소 제 운전 스타일로 조금은(???) 과격하게 운전했을 때의 4.5km/kWh
  •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써가며 절전의 마음가짐으로 주행했을 때 6.7km/kWh
  • 고속도로:시내를 70:30 비율로 전비에 대한 큰 고민 없이 흐름을 따라 주행했을 때 5.3km/kWh

정도가 나오네요.

전기차 오너분들은 이 전비 기록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전기차 경험이 전무했던 제 입장에서는 일단 실제 충전에 사용한 금전적 비용을 생각하면 거의 1/4 이나 1/5 수준이라서 경이로울 뿐입니다.

아이오닉5 가 쌓아준 행복한 기억

휴가 기간에 밀접 접촉자 분류로 자가격리까지 하는 등 코로나로 여행 계획이 매번 틀어져서 아이와 제대로 추억 쌓을 시간도 없었는데, 아이가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그리 좋아하던 아이오닉5 와 함께 만추를 만끽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진지하지만 지루한 이야기의 말미는 아이오닉5 가 고생하며 우리 부자에게 선물해 준 풍경 사진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내연기관 대비 탁월한 주행감과 정숙성, 배터리 방전 걱정 없는 차박과 아이와 함께 하는 여유로운 공간을 생각하니 다음 차로 구입할 전기차가 벌써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시승을 마치고 어느새 저는 전기차 전도사가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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