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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IKEA) 장식장 조립기

11년 전 작성

집안에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을 들이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던 저였는데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그대로 장식장에 넣어야 할 것 같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면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생각보다 장식장 가격이 비싸서 놀랐습니다) 장식장을 찾다가 이케아(IKEA)에서 나온 DETOLF라는 제품이 눈에 들어와 구입하였습니다.

이케아는 완성품으로 배송되는 방식이 아니라 부품(?)으로 배송받아 직접 조립해 사용하는 나름 DIY 가구로 유명한 회사로, 고급 가구에 비하면 자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중저가로는 상당히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품질을 보여줍니다.

보통 중저가 DIY 가구를 구입해 조립하다보면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목재나 나사의 품질이 워낙 좋지 않아 조립하면서 성질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나름 20만원의 가격을 주고 구입해 조립비 좀 아껴보겠다고 반나절 동안 못 50개를 박아대야 했던 독서실 책상 조립의 아픈 기억이...). 반면 이케아 제품은 설명서에 나온 그림대로 따라가다보면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제법 완성도 있는 가구가 결과물로 나온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조립하는 재미와 남편으로서 왠지 그날 저녁은 고기 반찬이라도 얻어 먹어야 할 것 같은 당당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 형광등 가는 것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므로 고기 반찬 요청 가능합니다.

이케아 제품을 두 종류 조립해 보았는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드라이버 같은 것을 제외한 독특한 공구는 이미 작은 형태로 포함되어 있고 또한 설명서에 구구절절 글이 없는 점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그림을 직관적으로 잘 그려두어 초등학생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UI/UX 관점에서(ㅎㅎ) 소비자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모서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는 강화 유리가 큰 것 4장, 작은 것 3장이나 들어 있는 탓에 제품은 제법 무게가 나갑니다. 섣불리 부재중에 경비실이나 근처에 맡겨 달라고 하면 집에 들고 올라오는게 불가능할 정도의 크기/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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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품은 개별로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조립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부품의 무게가 제법 나가서 남자 1명을 포함해 최소 2명이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 - 설명서에도 2명이 함께 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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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이 윗판, 아랫판은 나무로 그외 옆 4면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윗판부터 바닥에 세워두고 각 칸 별로 설치될 유리 바닥을 지지하기 위한 지지대를 꽂아 조립합니다. 조립에 필요한 흔치 않은 공구는 잘 마감되어(맨손으로 문질러도 다치지 않습니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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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판과 지지대를 조립한 모습입니다. 이 모습만 보면 허접해 보여서 과연 이게 장식장이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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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세워 유리판을 끼우기 시작합니다. 3장의 유리판(1장은 문 역할입니다)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플라스틱 고정대를 사용해 유리를 고정합니다. 나무판이 위에 덮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고정대 위로 유리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조립 중에는 이 부분이 이상해 보이는데 친절하게도 설명서에 저 부분이 확대되어 그려져 있어서 문제 없이 조립된 것임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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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판 3개와 위쪽 나무판을 모두 조립해 세운 형태입니다 - 설명서대로 조립하면 윗판이 바닥에 가 있는 상태로 조립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후 아래쪽 나무판을 조립한 후 제품을 뒤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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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왼쪽, 오른쪽에서 열 수 있도록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좌우측 모두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하나는 문을 회전하는 회전축 역할, 다른 쪽 하나는 문이 닫혔을 때 잘 열리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자석을 붙이는 곳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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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 회전축 역할을 하는 부분을 부착하여 유리문을 꽂은 모습입니다. 회전축을 하는 부분은 유리판을 강하게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나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함께 들어가 있는 쇠판을 대고 그 위에 나사를 박아 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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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가구 조립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회전축이 있는 부분은 위, 아래 회전축을 모두 조립하고 문을 달려고 하면 회전축이 일직선 상에 놓이지 않아 문이 아예 달리지 않거나 회전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설명서 상에도 아래 쪽은 미리 붙이고 세우되 상단의 축은 문을 설치하여 잡은 상태로 붙이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 고로 한 명이 유리문을 고정해 붙들어주고 다른 한명이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설명서대로 따라가지 않고 뻔히 보이는 과정이라 생각해 양쪽 축을 미리 붙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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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LED 전구를 부착할 수 있는 구멍입니다. 형광등 덕에 마치 조명이 들어와 있는 것 같지만 조명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구멍을 막는데 사용하는 플라스틱 마개를 끼워둔 모습입니다. 구멍의 위, 아래를 모두 마개로 막을 수 있는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또 아이가 없는 관계로 설치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이가 장식장 유리에 매달렸다가(대체 왜 매달리는 걸까요...) 장식장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식장과 벽을 못으로 박아 고정할 수 있는 부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중국산이었다면 애가 넘어지거나 말거나... 인구가 많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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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후 자리까지 잡은 모습입니다. 진정한 매니아(라고 쓰고 오타쿠라고 읽습니다)들은 한 칸에 2-3개 정도의 아이템 만을 장식하던데 저는 무언가 결핍된 매니아인 관계로 마구 구겨넣어 보았습니다.

원래 장식장은 4칸으로만 구성되는데 작고 가벼운 장식품이 많아 아크릴판과 원형 나무 막대를 구입해 장시간의 노가다 끝에 왼쪽 장식장은 1칸씩을 더 만들어 총 8칸으로 구성했습니다 - 멀리서 보면 괜찮은데 가까이서 보면 좀 허접합니다.

소비는 수입에 맞춰 늘어나고, 짐은 집에 맞춰 늘어난다고 처음 이사왔을 때보다 이렇게 저렇게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 장식장과 제 생활 공간을 채우고 있는 푸우 아이템에 대해서도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