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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어린이 동물원 방문기

11년 전 작성

여행은 쉼을 위해 다녀오는 것이라지만 여행을 다녀와선 집만한 곳이 없다며 휴식을 찾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디를 가든 에너지를 쓰고 오기 마련이겠지만 제게 삶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어쩌면 유일한) 곳은 동물원입니다. 동물원 생활이 적합하지 않은 동물들을 삭막한 우리 안에 가둬두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제가 주로 좋아하는 동물은 패팅이 가능한 가축이기 때문에 본 동물원 보다는 가축 위주의 어린이 동물원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입장료도 2,000원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그 중에도 몇년 전부터 나귀에게 꽂혀서 나귀네 집 앞에서만 1-2시간을 보내고 오는 경우가 잦습니다. 날도 적당히 풀리고 겨울철 손님 없는 한적한 곳에서 주말을 보내려고 오랜만에 서울대공원 어린이 동물원을 방문했습니다.

어린이 동물원 입구는 본 동물원 입구와 다르며 본 동물원의 길건너 맞은편에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길고양이 두 세마리가 어린이 동물원 입구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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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매점에서 사다준 소시지도 잘 먹고 사람 손도 적당히 타는 것을 봐서는 동물원 직원들이 평소 챙겨주며 지내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녀석과 함께 지내는 좀 더 덩치 큰 돼지냥들도 잠시 후 소개하겠습니다.

어린이 동물원 지도가 있어 찍어왔습니다. 사실 지도가 필요할 정도로 크지도 않지만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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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을 때는 양치기 개가 보여주는 양몰이도 볼 수 있는데 겨울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동물만이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겨울내 새끼들이 많이 태어나서 정말 사람 주먹 두 개만한 크기의 돼지와 태어난지 한두달 밖에 되지 않은 양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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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목걸이에 적힌 숫자가 태어난 날인데 두달된 녀석이랑 한달된 녀석은 크기 차이가 제법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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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라 하는 나귀. 나귀 한 마리는 다리가 아픈지 뒷다리에 먼가를 잔뜩 붙이고는 바닥에 드러누워 있더라구요. 원래 사람보면 엄청 들이대는 녀석들인데 저러고 있는걸 보니 안쓰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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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우리에는 나귀 네마리가 있는데 어미 두 마리와 각각의 새끼 한 마리씩입니다. 어미 두 마리가 털 색이 약간 다르고 새끼들도 그 색을 그대로 물려 받아서 딱 보면 누가 누구 새끼인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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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아서 개보다 똑똑하다고 합니다. 동물원에 있는 녀석들은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지 사람이 오면 먹을 것 달라고 엄청 달려듭니다. 어린이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대부분 채식 동물이기 때문에 건초와 사료를 한 봉투씩 담아서 천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접 각 우리마다 다니면서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나귀의 경우에는 특별히 먹이를 주지 않아도 사람하고 상호작용을 잘 하는 편입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가까이 다가와서는 제 코트를 자꾸 물어 당기는 바람에 겉옷이 침에 쩔어서 동물원 올 때마다 코트를 세탁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곤 합니다. 어찌나 들이대는지 대부분의 사진이 이렇게 코믹하게 찍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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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나귀를 본 것은 처음인데 추운 겨울을 나느라 털이 제법 북실북실해져 있었습니다. 지난 9월에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단정한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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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따듯해진 봄에 가면 또 가을 때의 모습처럼 바뀌어 있겠지요.

제가 나귀랑 30여분 놀고 있는 동안 집사람은 이름이 재미나다며 염소 사진을 찍어왔네요. 자넨 염손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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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염소는 눈이 무서운 편인데 이 녀석은 사진 찍은 것마다 표정이 조금 코믹합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가는 길에 어린이 동물원 직원과 놀고 있는 (아까 입구에서 소시지 얻어먹은) 돼지냥을 포착해서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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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와 표정이 참... ㅎㅎㅎ

나중에 이전에 다녀왔던 사진도 언제 정리해서 올려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