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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조종하는 벌레 로봇

5년 전 작성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다가 종종 방문하는 사이트에서 재미난 장난감을 세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하게 해외 배송으로 질러 보았습니다.

원래 iHelicopters.net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으로 조종하는 벌레 로봇인데, 약 $40에 판매하는 장난감을 $10 정도 할인해주고 더구나 배송비까지 무료라서(아래 그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국에서 배송하는 물건이라 미국 본토보다 한국으로의 배송비가 더 쌀 듯 싶네요...) 질러 보았습니다.

이전에 Amazon을 통해 구하기 어려운 원서나 중고 서적을 구입해 본 경험을 통해 해외 배송이니만큼 국내에서 제공하는 배송 추적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구매 후 몇일이 지나 배송 추적에 대한 안내 메일이 오더군요. 우리나라 송장 번호와 유사한 영문자와 숫자로 구성된 일련번호와 배송 추적이 가능한 (약간 사기 느낌이 나는?) 영문으로 된 배송 추적 사이트에서 제게 올 물건의 배송 상태를 대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단 국내까지는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국내에서의 배송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우체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 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제소포조회 사이트에 방문하면 국제소포, 국제등기, EMS에 대한 배송 추적이 가능했으며, 13자리의 우편물 번호의 앞 영문을 이용해 어떤 종류의 우편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국제소포는 C, V / 국제등기는 R, V / EMS는 E, G, U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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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제 장난감은 4월 26일에 발송해서 일주일만인 5월 2일에 제 손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아마존에서 표준 배송(standard shipping)으로 받는 책이 한달 넘게 걸리던 것을 떠올리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한 셈입니다. 빠른 배송에 배송 추적까지... 좋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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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오는 물건이라 요렇게 중국어가 잔뜩 써진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해외에서 오는 택배가 주는 기대감은 그렇지 않아도 마음의 횡경막을 진동케하는 국내 택배의 그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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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뜯으니 이런 하얀 상자가 나오더군요. 사진이 실물보다 깔끔하게 나왔는데 실물은 중국산이라 그런지 뭔가 약간 아쉬움이 남는 품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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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새 장난감의 위풍당당한 모습입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500원짜리 동전과 함께 증명샷을 찍어 보았습니다. 크기가 제법 커서 벌레 느낌이 잘 안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약간 조잡한 느낌이 남에도 불구하고 날개 때문에 그런지(날개에 실제 벌레 날개에 있을 법한 무늬가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문득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혐오감을 적당히 전달하는 외모입니다. 책상 위에서 눈치 보고 있는 대형 바퀴벌레를 봤을 때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 50% 정도 전달되는 수려한 외모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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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풍뎅이 컨트롤러 앱입니다. 풍뎅이 친구들인 다른 제품들과 컨트롤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No.301이 풍뎅이의 초기 버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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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컨트롤러 화면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은 전후좌우 이외에 좌측 45도 등의 보다 자연스런 움직임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는데 실제로 가능한 행동은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제자리에서 좌(반시계 방향)로 회전, 제자리에서 우(시계 방향)로 회전 등입니다. 그래서 실제 생각보다 원하는대로 조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이폰의 자이로 센서를 통해 조종할 수 있다고 광고하여 상당한 기대를 했는데 그 역시 아이폰을 기울이는 방향에 따라 4방향의 버튼을 눌러는 효과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이스틱 사용하듯 버튼으로 조종하는 것이 편한 느낌입니다.

한 가지 독특한 기능은 일종의 부스터 기능으로 좌측에 보이는 슬라이드(?)를 위로 올리고 있으면 이 녀석이 굉음과 함께 전속력으로 돌진합니다. 6개의 다리를 꿈틀거리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벌레 로봇의 느낌이 나름 상큼한 재미를 전달합니다.

영문으로 된 설명서도 포함하고 있는데 중국한이지만 분명 미국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물건임에도 설명서의 영문 내용이 콩글리쉬는 저리가라는 수준입니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많아 그냥 실제 동작해보며 배우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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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가지고 놀다보니 상자 개봉샷을 찍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상자에 넣고 찍어 보았습니다 - 벌레를 유난히 싫어하는 집사람을 위해 풍뎅이 이마에 큐트한 스티커를 하나 붙여 혐오감을 줄여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벌레 위쪽에 보이는 부품이 아이폰의 이어폰 연결부에 연결해 사용하는 신호 송신부입니다. 적외선을 사용하는 듯 하고 작은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알 수 없는 음악을 듣는 기능도 있습니다 - 도무지 제 멘탈로는 왜 넣은 기능인지 모르겠습니다. 적외선으로 조종하다보니 제어할 수 있는 거리가 그리 길진 않지만 6미터 정도라고 광고하고 있으니 장애물이 있지 않는 이상은 적당히 쫓아다니면서 놀 수 있는 정도의 거리는 나옵니다.

신호 송신기와 벌레 로봇 모두 자체 전원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해 우측에 보이는 USB 케이블을 사용해 충전을 해주어야 합니다 - 벌레 똥꼬에 케이블 연결 부위가 있어 충전 중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ㅎㅎ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는 부위의 품질이 유난히 중국의 느낌이 물씬 나기는 하는데 LED를 사용해 완충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완충시 20분 정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하며 완충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품은 나중에 다른 부분이 멀쩡해도 자체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 동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차라리 건전지를 교체하며 사용하는 형태였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래는 실제 동작하는 동영상입니다. 다리가 약간 제멋대로 움직이는 기능(? 문제?)이 있어 정확히 앞으로 가지를 못합니다. 덕분에 실제 벌레가 움직이는 (의도된?) 효과가 납니다.

어느 정도 조종에 익숙해지고 나서 판콜병 하나를 세워두고 돌아오는 연습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잘 제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에 막혀 앞으로 가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쫓아오는 사람을 피해 도망가다가 막다른 곳에 막혀 발버둥 치는 바퀴 녀석을 떠올리게 하여 만족스럽습니다. ㅋㅋ

엉덩이 부분에 마치 반딧불이인 것처럼 LED 라이트가 환하게 켜져 있지만 외모의 포스는 절대 반듯불이가 아닌 바퀴에 가깝습니다.

신호 송신기를 장착하려면 아이폰 케이스를 벗겨야 해서 자주 가지고 놀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답답한 마음이 들 때 10분 정도 가지고 놀면 마음의 위로가 되는(응?) 벌레 로봇 구입/사용기였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관계로 장난감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니지만 다음 장난감을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